
30년 전 나사 마젤란 탐사선이 찍은 레이더 이미지가 있습니다. 금성 표면의 원자료.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아무도 다시 들여다보지 않던 데이터예요.
페이블 5.1이 이 이미지로 신경망을 학습시켜 금성 3분의 1의 고도 지도를 새로 그렸습니다. 기존 지도의 해상도 1020km가 23km로 내려왔고, 고도 정확도는 최대 25% 개선. 앤트로픽은 이 지도를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로 공개하면서, 나사 VERITAS와 유럽 EnVision 금성 미션이 관측 지점을 고르는 데 쓰이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프론티어 모델 발표문에서 금성 지도가 튀어나오는 시대입니다. 앤트로픽의 페이블·미토스 5.1 발표 전문을 정독했습니다. 벤치마크 표는 이 문서의 앞부분일 뿐이고, 본론은 세 가지 — 과학, 이원화, 가격입니다.
같은 모델이 왜 이름이 두 개인가
먼저 구조부터. 페이블 5.1과 미토스 5.1은 같은 모델입니다. 앤트로픽이 문서에서 직접 못 박은 문장이에요. 다른 것은 안전장치의 수위뿐입니다.
페이블 5.1은 일반 공개 모델입니다. 사이버보안·생명과학의 고위험 작업은 안전장치가 개입해요 — 침투 테스트, 익스플로잇 생성, 바이너리 취약점 스캔 같은 이중용도 작업은 오푸스 계열 모델로 우회되고, 생명과학 연구개발 질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미토스 5.1은 그 안전장치를 낮춘 버전입니다. 아무나 못 씁니다 — 사이버 검증 프로그램(CVP)을 통과한 보안 전문가, 그리고 미국 정부와 함께 만든 생명과학 검증 프로그램(LSVP)에 등록된 연구자만. 현재는 미국 조직 한정이고, 국제 확대는 미국 정부와 조율 중이라고 적혀 있어요.
이 구조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지금까지 모델 안전은 "모두에게 능력을 깎는" 방식이었어요. 5.1부터는 "신원을 검증하고 능력을 파는" 방식이 공식 상품이 됐습니다. 능력과 접근권을 분리한 겁니다.
과학 섹션 — 이 발표문의 실제 본론
벤치마크는 요약만 하겠습니다. 터미널벤치-사이언스 52.6%(전작 24.7%의 두 배 이상), 에이전트 코딩 55.8%, 인류 최종시험 도구 사용 65.0%. 전부 자사 발표 수치고, 안전장치 개입 시 0점 처리된 항목이 있어 실제보다 낮게 나왔을 수 있다는 각주까지 달려 있습니다. 투자사 밀레니엄에서 엔지니어들이 수년간 못 잡던 희귀 크래시의 원인을 찾아냈다는 사례도 실렸어요.
흥미로운 건 그 다음입니다. 발표문 분량의 상당 부분이 과학 연구 결과에 할애돼 있어요.
단백질 결합체 설계. 신약 개발의 첫 단계는 표적에 달라붙는 고친화도 결합체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미토스 5.1에 오픈소스 단백질 설계·폴딩 도구를 쥐여주고, 설계물을 외부 기관 두 곳에 보내 실험 검증을 받았어요. 결과 — 표적 3종에서 단백질 설계 대회 최고 출품작 대비 결합력 10배. 적중률(실제로 결합한 설계 비율)은 12개 표적에 걸쳐 거의 50%였습니다. 업계 통상 적중률이 10~15%라는 걸 감안하면 세 배가 넘는 수치예요.
금성 지도. 위에서 적은 그대로. 30년 묵은 공개 데이터에서 새 과학 결과물이 나왔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GPU 커널 최적화. 계산생물학에서는 특화 머신러닝 모델을 GPU로 수천 번씩 돌립니다. 모델 속도가 곧 연구 속도예요. 미토스 5.1이 커스텀 GPU 커널을 짜고 중간 결과를 캐싱해서, 오픈소스 딥러닝 모델 7종을 최대 2.5배 가속했습니다 — 출력은 동일하게. 이런 최적화는 성능 엔지니어팀이 몇 주 붙어야 하는 일이고 학계 랩은 엄두를 못 내는데, 공개 소스코드만으로 며칠 만에 해냈다는 게 앤트로픽 설명입니다. 추정 GPU 비용 30~60% 절감, 최적화 결과는 오픈소스 공개 예정.
이 세 사례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AI 모델이 곧 과학 발견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문장을, 주장이 아니라 결과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예요.
돈 — 캐시 읽기 75% 인하의 산수
가격 변화는 한 줄에서 시작합니다. 캐시 읽기(이미 처리한 입력을 다시 읽는 것)가 75% 인하 — 백만 토큰당 $0.25.
이 한 줄이 왜 전체 비용을 크게 움직이느냐. 에이전트 작업의 비용 구조 때문입니다. 도구를 수십 번 호출하며 같은 맥락을 반복해 읽는 작업일수록 비용의 대부분이 캐시 읽기예요. 앤트로픽의 8월 실사용 4주 데이터 기준으로, 통상 워크로드는 약 25%, 캐시 비중이 큰 에이전트 워크로드는 최대 약 45% 싸집니다. 입력 $10·출력 $50의 기본 단가는 페이블 5와 동일해요.
거꾸로 읽으면 — 에이전트를 많이 돌리는 고객일수록 할인폭이 커지는 가격표입니다. 어떤 사용을 늘리고 싶은지가 가격 설계에 그대로 보여요.
닫힌 문 — 증류 차단
풀린 것들 사이에 닫힌 문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부터 만들어지는 새 API 계정은, 씽킹 블록 기록을 보존한 채 클로드의 과거 맥락을 편집하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이미 공개된 증류(distillation) 기법 — 수천 개 가짜 계정으로 상위 모델의 사고 과정을 뽑아 하위 모델에 이식하는 산업 규모 공격 — 의 통로를 막는 조치예요. 기존 계정은 아직 예외지만, 다음 모델 출시부터는 전원 적용됩니다.
안전장치 쪽도 방향이 흥미롭습니다. 조이는 게 아니라 풀었어요. 사이버 안전장치의 오탐이 60% 감소해 클로드 코드 사용자의 세션당 개입이 확 줄고, 취약점 발견(방어 작업)은 이제 페이블로 직접 가능합니다 — 익스플로잇 개발은 여전히 불가. 생물학 쪽도 기초 의학 질의 오탐이 85% 줄었습니다. 정밀해진 만큼 덜 막는다는 게 5.1 안전장치의 요지예요.
기업 고객용으로는 EFS(엔터프라이즈 프론티어 세이프가드)가 예고돼 있습니다. 데이터를 앤트로픽이 아닌 고객 클라우드에 저장해, 제로 데이터 보존급 프라이버시와 오남용 탐지를 동시에 잡는 체계 — 100개 이상 고객사와 함께 설계했고 가을부터 단계 적용입니다.
남는 생각
발표문을 덮고 남는 인상은 순서의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프론티어 모델 발표는 벤치마크 표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이 문서는 벤치를 앞에 짧게 두고, 단백질·금성·GPU 커널에 지면을 씁니다. 경쟁의 무게중심이 "코딩 점수 몇 점"에서 "무슨 발견을 했나"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물론 감가는 필요합니다. 수치는 전부 자사 발표고, 금성 지도의 가치는 후속 미션이 검증할 몫이며, 미토스 접근은 미국 한정에 EFS는 아직 예고편입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 모델 회사가 자사 모델의 이력서에 논문 실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모델 발표에서 우리가 비교하게 될 건 점수표가 아니라 발견 목록일지도 모릅니다.
원문·소스
- 페이블·미토스 5.1 발표문: https://www.anthropic.com/claude-fable-and-mythos-5-1
- 금성 고도 지도 (공개 데이터): https://zenodo.org/records/22164484
- 시스템 카드: https://www.anthropic.com/claude-fable-5-1-mythos-5-1-system-card
- 증류 차단 헬프 문서: https://support.claude.com/en/articles/16761192
FAQ
자주 묻는 질문
- 페이블 5.1과 미토스 5.1은 다른 모델인가요?
- 같은 모델입니다. 다른 것은 안전장치 수위뿐입니다. 미토스는 사이버 검증 프로그램과 생명과학 검증 프로그램 참가자만 씁니다.
- 가격에서 실제로 바뀐 칸은 무엇인가요?
- 입력·출력 기본 단가는 페이블 5와 같고, 캐시 읽기가 백만 토큰당 0.25달러로 75% 인하됐습니다. 에이전트 워크로드일수록 할인폭이 커요.
- 증류 차단은 누구에게 적용되나요?
- 오늘부터 만드는 새 API 계정은 thinking 블록을 보존한 채 과거 맥락을 편집할 수 없습니다. 기존 계정은 다음 모델 출시부터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