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안은 AI가 썼습니다. 자료 조사부터 문장까지 클로드에게 맡겼어요.
평소엔 이렇게 안 씁니다. 블로그에 올린 128편은 제가 초안을 쓰고 AI가 다듬었어요. 이번 한 편만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요즘 "AI 티 난다"는 말, 자주 듣죠. 쓴 사람은 모르는데 읽는 사람은 귀신같이 알아봐요. 미국에선 억만장자 투자자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가 AI로 쓴 글로 드러났고, 서브스택은 아예 AI 탐지 버튼을 달았습니다. 해커뉴스에선 "알맹이 있는 글은 AI로 거의 쓰지 마라"는 글이 362점을 받았고요.
하지 말라는 걸 직접 해봐야 왜 하지 말라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AI 티는 말투에서 나지 않습니다. 생각을 건너뛴 자리에서 나요. 조사와 교정, 반박까지는 AI에게 맡겨도 됩니다. 문장까지 넘기면 생각도 같이 넘겨주게 돼요.
AI 티, 정말 다들 알아볼까요?
알아봅니다. 다만 반응은 갈려요.
올여름에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 언제 | 무슨 일 |
|---|---|
| 7월 | 서브스택이 AI 탐지 기능을 넣었어요. 100단어 넘는 글과 댓글에서 AI가 쓴 비율을 추정해 줍니다 |
| 8월 초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제발 AI로 글 쓰지 마세요"라는 칼럼을 냈어요 |
| 8월 말 |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AI로 썼다고 인정했습니다 |
드러켄밀러 건이 제일 시끄러웠어요. 본인은 AI를 계산기에 빗댔고,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 책임자 폴 지고는 "AI는 현대 생활의 일부"라며 공개 없이 실은 걸 감쌌습니다. 이 해명을 전한 X 포스트 하나가 조회수 110만 가까이 나왔어요.
한국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AI 글쓰기를 검색하면 "AI 티 안 나게 쓰는 법" 같은 글이 줄줄이 나와요. 개인 문체를 학습시키는 기능도, AI 티를 지워 준다는 스킬도 벌써 나와 있어요.
미국이 아직 "써도 되느냐"로 싸우는 동안, 우리는 벌써 "안 들키는 법"을 찾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정말 말투만 지우면 티가 안 날까요?
AI 티는 어디서 날까요?
말투보다 생각을 건너뛴 자리에서 납니다.
해커뉴스 362점짜리 글을 쓴 사람은 AI 칩 밀수를 연구하는 에리히 그루네발트예요. 그는 클로드에게 자기 전공으로 짧은 문단 하나를 쓰게 한 뒤, 한 줄씩 뜯어봤습니다. 대놓고 틀린 문장은 별로 없었어요. 그게 더 문제였습니다.
| AI가 쓴 문장 | 전문가가 짚은 문제 |
|---|---|
| 수출 통제는 집행만큼만 강하다 | 당연한 말이거나, 아무 말도 안 한 문장 |
| 칩은 작고 비싸서 밀수하기 좋다 | 실제로는 서버째 옮기고 라벨만 바꿔서 정면으로 통관해요. 작은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
| 추정치는 수만 개에서 10만 개 이상까지 다양하다 | 낮은 추정치는 거의 틀렸어요. 몇 년도인지, 어떤 칩인지도 없습니다 |
| 훨씬 작은 문제에 맞는 예산으로 운영된다 | 예산과 인원은 공개된 숫자예요. 숫자를 쓰면 됩니다 |
| 미국 AI 정책의 기둥을 조용히 무너뜨린다 | 박수를 유도하는 문장일 뿐, 정보가 없어요 |
그리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칩 밀수를 잘 몰랐다면, 내가 짚은 문제 대부분을 아마 못 잡았을 것이다. 직접 썼다면 내가 어디서 헷갈리는지 모르고 지나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AI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다. 틀릴 수 없을 만큼 흐릿하게 쓰거나, 그럴듯하게 틀려요. 주제를 아는 독자는 거기서 바로 멈춥니다. 우리가 "티 난다"고 부르는 게 대부분 그 순간이에요.
티가 나는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8월 네이처 인간행동에 실린 연구는 글 88만 편을 분석했어요. AI가 다듬은 글은 핵심 내용은 남았지만 문장 복잡도의 편차가 21~50% 줄었습니다. 누가 써도 비슷한 글이 된다는 뜻이죠.
왜 생각까지 같이 넘어갈까요?
사람은 쓰는 동안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폴 그레이엄은 2024년 에세이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에서 이렇게 봤어요. AI 덕분에 글을 배워야 할 압박이 사라졌고, 20년 뒤엔 잘 쓰는 사람과 아예 못 쓰는 사람만 남는다. 글쓰기가 곧 생각이니, 결국 생각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갈린다는 거예요.
그가 인용한 컴퓨터 과학자 레슬리 램포트의 한 줄이 있습니다.
쓰지 않고 생각한다면,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비유도 하나 들었어요. 산업화 전엔 일이 곧 운동이었습니다. 지금은 헬스장에 가야 근육이 붙죠. 글도 그렇게 된다는 겁니다. 똑똑한 사람은 남겠지만, 스스로 그러기로 고른 사람만 남는다고요.
올해 8월에 그는 한 번 더 썼습니다. "10년 뒤엔 한두 쪽 넘는 글을 쓰거나 읽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몇은 남을 테고, 그들은 강력한 클럽이 된다." 좋아요가 1만 6천 개 넘게 붙었어요.
쓰는 사람들의 경험도 같습니다. 아스테리스크 매거진 편집장 클레어 콜리어는 글을 쓰다 문단 사이 연결이 계속 안 풀려서 들여다봤더니, 애초에 그 두 논점을 붙여 놓으면 안 되는 거였다고 말해요. 개요를 AI에 넣으면 AI는 "개요가 틀렸을 수도 있다"며 멈추지 않는다고요.
"다듬으면 되잖아요?"라고 물을 수 있죠. 철학자 에릭 슈비츠게벨은 여기에 선을 긋습니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직접 문장을 만들어 내는 건 머리를 쓰는 방식부터 다르다고요. 화면에 이미 문장이 있으면 대충 맞는 단어에 쉽게 만족하게 됩니다.
그럼 AI는 아예 쓰지 말라는 건가요?
아니요. 어디에 선을 긋느냐의 문제예요.
원문 저자도 AI를 쓰지 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녹취 정리, 데이터 분석, 자료 검색, 아이디어 내기, 초안 피드백은 괜찮다고 먼저 못 박아요. 교정도 괜찮답니다. AI가 고친 곳을 사람이 하나하나 받아들이거나 거절한다면요.
반대쪽 목소리도 큽니다.
- 조 와이젠탈: "머지않아 LLM 없이 글 쓰는 건 낯선 도시에서 구글맵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조회수 246만을 찍었어요.
- 데릭 톰슨: 글쓰기는 원래 외주를 써 왔다고 말합니다. 녹취는 녹취사가, 교정은 교정자가, 팩트체크는 팩트체커가 했죠. 논문을 구글에서 찾는 건 괜찮고 같은 걸 AI에게 물으면 안 되느냐고 되물어요.
- 피터 양: AI로 편집은 하지만 첫 초안은 항상 손으로 쓰고, 마지막에도 손으로 한 번 더 본다고 했습니다. AI 티를 지우는 스킬을 공개하면서 붙인 조건이에요.
선을 제일 깔끔하게 그은 건 해커뉴스 댓글 하나였습니다.
누가 대신 써 줬으면 싶은, 내가 읽을 글에는 AI를 써라. 내가 내놓는 글에는 쓰지 마라.
회의록 요약, 자료 정리, 보고서 초벌은 앞쪽입니다. 내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글은 뒤쪽이고요.
공개 문제도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요. 뉴스 연구 47편을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을 보면 "AI가 썼다"는 표시가 신뢰를 일관되게 깎지는 않았습니다. 의심이 커진 건 사람이 책임진 흔적 없이 전부 자동으로 만든 것처럼 보일 때였어요.
이번 초안에서는 무엇이 걸렸나요?
세 군데가 걸렸고, 셋 다 문법은 멀쩡했습니다.
하나. 독자를 안 보고 원문을 따라갔어요. 첫 초안 도입부는 원문 저자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국 독자 중에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읽자마자 제 첫 반응이 "그루네발트????"였어요. AI는 원문의 틀을 충실히 옮겼고, 누가 읽을지는 따지지 않았습니다.
둘. 그럴듯한데 사실이 아니었어요. 첫 초안엔 "우리 블로그 에이전트가 딱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저장소에 글 한 편을 통째로 쓰는 에이전트가 있는 건 맞아요. AI는 그 파일을 보고 그렇게 추론했습니다. 실제로는 128편 모두 제가 초안을 썼어요. 제가 우리 블로그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이 문장은 그대로 나갔을 겁니다.
셋. 세어 보지 않은 숫자가 있었어요. "AI 말투로 꼽아 둔 표현 54개"라고 썼는데, 54는 문서 전체 줄 수였습니다. 실제 검사 규칙은 23줄이었어요. 이건 AI가 스스로 세어 보고 문장에서 뺐습니다.
원문 연구자가 칩 밀수 문단에서 본 것과 똑같습니다. 틀린 문장은 모르는 사람 눈엔 안 보여요. 아는 사람이 읽어야 잡힙니다.
남는 생각
AI를 안 쓰는 건 답이 아닙니다. 이번 글도 자료 조사, 출처 대조, 반론 찾기, 조판은 AI가 저보다 훨씬 빨랐어요.
그래서 선을 이렇게 다시 그었습니다.
- AI에게 맡기는 것: 자료 조사, 출처 대조, 반론 찾기, 교정, 조판
- 제가 쥐는 것: 무엇을 말할지, 누구에게 말할지, 우리 숫자와 우리 경험
- 밝히는 것: AI가 쓴 부분이 있으면 이번처럼 적어 둡니다
AI 티를 지우는 법은 이미 많습니다. 그런데 말투를 아무리 지워도,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않는 버릇은 남아요. 그걸 잡는 건 결국 그 주제를 아는 사람입니다.
문장을 넘겨도 되는 날은 생각까지 넘겨도 되는 날이에요. 아직은 아닙니다.
만든 방법: 초안은 클로드 오푸스 5.5가 썼고, 사실 확인과 최종 판단은 Uncle Jobs가 했습니다.
원문·소스
- 에리히 그루네발트, Why You Should Almost Never Use AI to Write Anything Substantive: https://erichgrunewald.substack.com/p/why-you-should-almost-never-use-ai
- 해커뉴스 토론: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49767937
- 폴 그레이엄, Writes and Write-Nots: https://www.paulgraham.com/writes.html
- 폴 그레이엄 "powerful club" 트윗: https://x.com/paulg/status/2090811541918724552
- 콤플렉스 시스템즈 팟캐스트, 클레어 콜리어 편: https://www.complexsystemspodcast.com/episodes/llms-and-writers-with-clara-collier-of-asterisk-magazine/
- 에릭 슈비츠게벨, AI Slop and Evidence about Evidence: https://eschwitz.substack.com/p/ai-slop-and-evidence-about-evidence
- 브렛 스티븐스, I'm Begging You: Never Write With A.I. (NYT): https://archive.ph/om9sx
- 드러켄밀러 WSJ 기고 AI 작성 (악시오스): https://www.axios.com/2026/08/26/stanley-druckenmiller-ai-writing-wsj-op-ed
- 폴 지고 해명 전한 맥스웰 타니 트윗: https://x.com/maxwelltani/status/2092315324121014735
- 서브스택 AI 탐지 기능 (더 버지): https://www.theverge.com/ai-artificial-intelligence/968855/substack-pangram-ai-detecting-tool
- 조 와이젠탈 트윗: https://x.com/TheStalwart/status/2070136078002995207
- 데릭 톰슨 트윗: https://x.com/DKThomp/status/2038961463985836413
- 피터 양 트윗: https://x.com/petergyang/status/2079943830024188105
- Sourati 외, The shrinking landscape of linguistic diversity in the age of LLMs (네이처 인간행동):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6-02550-0
- Licenji·Hoxha, AI 작성 표시와 뉴스 신뢰 체계적 문헌고찰 (프런티어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artificial-intelligence/articles/10.3389/frai.2026.1815243/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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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문장을 써도 사람 몫으로 남는 건 판단이에요. 무엇을 쓸지, 누구에게 팔지 정하는 기준을 따로 적어뒀어요.
잘 써야 잘 팔립니다 · 뭘 팔지 정하는 네 가지 규칙. 16쪽. 메일 확인 한 번 거치면 받으실 수 있습니다.
FAQ
자주 묻는 질문
- AI로 쓴 글은 왜 티가 나나요?
- 말투보다 내용에서 나요. AI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않고, 틀릴 수 없을 만큼 흐릿하게 쓰거나 그럴듯하게 틀립니다. 그 주제를 아는 독자는 그 흐릿함을 바로 알아채요.
- 그럼 글쓰기에 AI를 아예 쓰면 안 되나요?
- 자료 조사, 교정, 반론 찾기, 초안 피드백에는 써도 됩니다. 문장을 통째로 맡기면 쓰면서 하던 생각까지 같이 건너뛰게 되는 게 문제예요.
- AI로 썼다고 밝히면 신뢰가 떨어지나요?
-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뉴스 연구 47편을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AI가 썼다'는 표시가 신뢰를 일관되게 깎지 않았어요. 사람 감독 없이 전부 자동으로 만든 것처럼 보일 때 의심이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