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타임라인에 DHH의 트윗이 떴습니다. 본문은 한 줄. "계획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레일즈(RAILS) 로고 가운데 A와 I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습니다.

농담이지만 웃고 넘기기엔 맥락이 무겁습니다. 하루 전 레일즈 월드 2026 기조연설에서 그는 37시그널스의 손코딩 종료를 선언했어요. 러스트 코드는 들여다볼 일이 없어서 좋다고도 했고요.
결론부터. DHH는 1년 만에 "AI에 키보드는 안 넘긴다"에서 "코드를 안 봐서 좋다"로 건너왔습니다. 다만 리뷰는 남겼습니다. 읽는 쪽이 다른 모델로 바뀌었어요. 같은 시기 파이(pi)를 만든 마리오 제크너와 아르민 로나허는 여전히 코드를 읽습니다. 갈리는 기준은 그 코드가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하느냐입니다.
1년 전 DHH는 뭐라고 했나요?
꽤 단호한 회의론자였습니다.
- 2023년 12월: AI가 큰 코드 덩어리를 쓰는 데는 별 쓸모를 못 찾았다. 대신 페어 프로그래머로는 훌륭하다.
- 2024년 12월: 지금 AI는 뛰어난 주니어 프로그래머 수준이다. 내가 쓴 글이 몇 년 안에 틀린 글이 되길 바란다.
- 2025년 4월: AI가 운전하게 둘 생각은 없다. 조언하는 페어로는 좋지만 키보드는 안 넘긴다.
- 2025년 5월: 코드 쓰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러면 뭐가 되나, AI 까마귀 떼를 거느린 프로젝트 매니저?
- 2025년 6월: AI가 운전하게 두는 순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남는 것도 없다.
정점은 2025년 7월 렉스 프리드먼 팟캐스트 1편이었습니다. "AI는 별도 창에 띄워 두고, 내 코드를 운전하게 두지 않는다." AI로 배시 스크립트를 짜 보니 "손끝에서 실력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고도 했어요. 그리고 이 말을 남깁니다. 결과물만 원했으면 20년 전에 프로젝트 매니저가 됐을 것이고, 지금은 코딩을 포기하느니 은퇴하겠다.
무엇이 그를 바꿨나요?
리눅스, 그리고 모델 하나.
첫 균열은 오마키(Omarchy)에서 났습니다. DHH가 2025년 여름에 내놓은 리눅스 배포판이에요. 그때 AI의 역할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설정 파일을 찾아 주고, 에러를 풀어 주고, 하이퍼랜드(Hyprland) 같은 난해한 도구를 설명해 주는 역할이요. 그는 AI를 두고 "리눅스를 보통 사람에게 여는 열쇠"라고 썼습니다. 나중에 렉스 2편에서는 이렇게 정리해요. "리눅스 배포판 때문에 100% AI에 빠졌다."
결정타는 클로드 오푸스(Opus) 4.5였습니다. 본인 말로 "11월 24일이 분기점"이에요. 며칠 뒤 과제 몇 개를 줘 봤더니 결과물이 자기가 짰을 코드와 섬뜩할 만큼 비슷했다고 합니다. 기조연설에서는 이 모델을 사진을 대중화한 코닥 브라우니 카메라에 빗댔어요.
그래도 바로 넘어가진 않았습니다. 2025년 12월 말에도 레일즈용 MCP 구현을 여러 모델에 스케치시킨 뒤 "전부 손으로 다시 쓸 것"이라고 적었어요. 공개적으로 돌아선 건 2026년 1월 3일입니다.
작년 여름 렉스와 AI에 코드를 직접 쓰게 두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저항의 절반은 그냥 모델이 충분히 좋지 않아서였다. 고치는 데 드는 시간이 처음부터 짜는 것보다 길었다. 이제 뒤집혔다.
지금은 어디까지 왔나요?
"코드를 안 봐도 되면 러스트는 최고"까지.
8월 말 공개된 렉스 2편에서 그는 직접 만든 글쓰기 앱 이야기를 합니다. C++로 된 앱인데 한 줄도 안 봤다고 해요. "100% 블랙박스"로 두기로 한 실험이었다고요. 풀 리퀘스트도 더는 전부 리뷰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레일즈 월드 2026 기조연설. 현장에서 "아직 매주 손으로 상당량의 코드를 쓰는 사람?"이라고 물었더니 손을 든 사람이 다섯 명 남짓이었습니다.
| 항목 | 이전 | 지금 |
|---|---|---|
| 연간 작성 코드 | 루비 약 3만 줄 | 8월 한 달에만 15만 줄 (본인 추산) |
| 작업 중 루비 비중 | 21년 동안 절반 이상 | 올해 약 3% |
| 오마키 설치 시간 | 3분 33초 | 35초, 실험실에서 9초 |
| 헤이(HEY) 구조 | 레일즈 웹앱 | 네이티브 앱 6종 + 러스트 백엔드 |
| 37시그널스 원칙 | 손코딩이 기본 | 손코딩은 예외 상황 |
손코딩을 예외로 둔다는 말의 뜻도 구체적입니다. 사람이 손으로 코드를 쓰게 되면 센트리(Sentry)에 버그가 뜬 것처럼 취급한다고 해요. 에이전트가 왜 못 했는지 찾고, 그 공장을 고친다는 거죠.
러스트 이야기가 제일 화제가 됐습니다. DHH는 러스트를 "눈에 산을 붓는 것 같은" 언어라고 불러 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직접 볼 일이 절대 없다면 러스트는 최고다." "나는 러스트를 전혀 모른다.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결과물입니다. 헤이 백엔드를 러스트로 바꾸면 CPU를 99%, 메모리를 95% 덜 쓴다는 게 그의 추산이에요.
스스로 붙인 이름은 이렇습니다. "나는 프로페셔널 프로그래머에서 은퇴했다. 아마 3월쯤." 1년 전 "코딩을 포기하느니 은퇴하겠다"던 그 클립을 무대에서 다시 틀고 나서 한 말이에요.
그럼 정말 하나도 안 읽나요?
전부는 아닙니다. 안 읽는 코드와 읽는 코드를 나눴어요.
렉스 2편에서 그는 두 세계에 산다고 말합니다. 전체 구현을 들여다보는 게 여전히 가치 있는 영역이 있고, 동시에 미래에도 산다고요. 오마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마키를 만들 때는 코드를 본다. 모양(shape)을 본다."
리뷰는 다른 모델에게 넘겼습니다. 8월에는 계획을 쓰게 하고, 그 계획을 코덱스(Codex) 최고 추론 단계로 리뷰시키고, 구현은 페이블(Fable)과 오푸스 5에 맡겼다고 썼어요. 9월에는 클로드나 그록으로 작업을 몰고, 그 에이전트가 코덱스 에이전트를 불러 리뷰하게 한다고 했고요. 사람이 읽던 부분을 다른 모델이 대신 읽는 구조입니다.
재미있는 장면도 하나 있습니다. 9월 초 DHH는 이런 문장을 인용하며 "원조 해커 신조"라고 붙였어요. "우리는 훌륭한 코드에 관심이 있다. 네가 누군지는 상관없다. 개여도 된다. 나는 네 코드를 봐야 한다."
파이를 만든 두 사람은 왜 아직 읽을까요?
코드의 수명만큼 읽습니다.
파이는 마리오 제크너가 만든 최소형 코딩 에이전트예요. 도구는 읽기·쓰기·편집·배시 네 개뿐이고, 기능은 확장으로 붙입니다. 플라스크(Flask)를 만든 아르민 로나허가 함께 관리하고, 오픈클로(OpenClaw)도 파이 위에서 돌아갑니다. 두 사람 다 에이전트를 누구보다 많이 쓰는 쪽이에요.
그런데 코드 읽기에 대해서는 DHH와 선을 다르게 긋습니다.
아르민 로나허
- "파이, 미니진자(minijinja) 같은 건 코드를 전부 읽는다. 순수 실험용 슬롭(slop) 프로젝트는 한 줄도 안 읽는다."
- "내가 내보내는 코드는 이해하고 싶다. 사람과 논의할 때 클랭커(clanker)에게 먼저 설명을 부탁하지 않고도 시스템이 뭘 하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올해 1월에는 "코딩 에이전트 정신병"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자기 슬롭이 슬롭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상태를 가리킨 말이에요.
마리오 제크너
- "하루에 에이전트가 생성하는 코드 양을, 내가 실제로 리뷰할 수 있는 양으로 제한하라."
- "아키텍처, API처럼 시스템의 형태를 정하는 건 손으로 써라."
- 지난주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공부해라. 코드를 더는 안 읽는다면 최신 모델이 등 뒤에서 크게 사고를 칠 것이다."
고스티(Ghostty)를 만든 미첼 하시모토도 비슷한 지점을 짚었습니다. "돌아가면 코드가 어떻게 생겼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에이전트가 '돌아간다'의 뜻을 완벽히 안다고 가정한다는 거예요. 아르민은 여기에 "버릴 코드가 아니라면 아직 거기까지 안 왔다"고 답했습니다.
반대편 끝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같은 빈(Vienna) 에이전트 코딩 모임의 피터 스타인버거는 팟캐스트 제목부터 "읽지 않은 코드를 배포한다"예요. 한 무리 안에서도 선이 다 다릅니다.
남는 생각
DHH의 전환은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원문을 따라가면 단계가 분명합니다. AI를 선생님으로 쓰고, 모델이 좋아진 걸 확인하고,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안 읽어도 되는 코드부터 손을 뗐어요. 그리고 2024년 3월의 그는 이미 이런 트윗을 남겨 뒀습니다. "수동 프로그래머로 남은 마지막 몇 년을 호사롭게 즐겨라."
그래서 제가 가져가는 질문은 "읽을까 말까"보다 하나 앞에 있습니다. 지금 만드는 코드,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하나?
- 오늘 쓰고 버릴 스크립트나 실험이라면 블랙박스로 둬도 됩니다.
- 몇 년 가져갈 제품의 뼈대라면 모양은 직접 봅니다. 아키텍처와 API는 특히요.
- 그 중간은 다른 모델에게 리뷰를 맡기고, 나는 요약과 테스트 결과를 봅니다.
DHH도 모든 코드를 안 읽는 건 아닙니다. 안 읽어도 되는 코드를 과감하게 늘렸어요. 그 선을 어디에 긋느냐가 지금 우리 각자에게 남은 숙제입니다.
원문·소스
- DHH 트윗 "The plan was there all along.": 사용자 제공 스크린샷
- 레일즈 월드 2026 기조연설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vDjW_dRyKXY
- DHH 손코딩 종료 트윗: https://x.com/dhh/status/2102936073642869121
- 렉스 프리드먼 #474 대본 (2025): https://lexfridman.com/dhh-david-heinemeier-hansson-transcript/
- 렉스 프리드먼 #501 대본 (2026): https://lexfridman.com/dhh-2-transcript/
- DHH, The premise trap: https://world.hey.com/dhh/the-premise-trap-924b8cd9
- DHH, Promoting AI agents: https://world.hey.com/dhh/promoting-ai-agents-3ee04945
- DHH 회의론 트윗: https://x.com/dhh/status/1733535845284761853, https://x.com/dhh/status/1908477516823622073, https://x.com/dhh/status/1922193693873688768, https://x.com/dhh/status/1935636333084479720
- DHH 전환 트윗: https://x.com/dhh/status/2007504187568074843
- DHH 리뷰 방식 트윗: https://x.com/dhh/status/2086704423099671036, https://x.com/dhh/status/2096217498001527183
- DHH 해커 신조 인용: https://x.com/dhh/status/2096544204847559006
- DHH 2024년 트윗: https://x.com/dhh/status/1767718092250235073
- 아르민 로나허 코드 읽기 기준: https://x.com/mitsuhiko/status/2086443983731818587
- 아르민 로나허, The Coming Loop: https://lucumr.pocoo.org/2026/6/23/the-coming-loop/
- 아르민 로나허 코딩 에이전트 정신병 트윗: https://x.com/mitsuhiko/status/2011598812079698036
- 마리오 제크너, Thoughts on slowing the fuck down: https://mariozechner.at/posts/2026-03-25-thoughts-on-slowing-the-fuck-down/
- 마리오 제크너 알고리즘 트윗: https://x.com/badlogicgames/status/2100747279497830578
- 마리오 제크너, 파이 소개: https://mariozechner.at/posts/2025-11-30-pi-coding-agent/
- 미첼 하시모토 트윗과 아르민 답글: https://x.com/mitchellh/status/2066657032938442833, https://x.com/mitsuhiko/status/2066664287951528407
- 피터 스타인버거 인터뷰: https://newsletter.pragmaticengineer.com/p/the-creator-of-clawd-i-ship-code
FAQ
자주 묻는 질문
- DHH는 원래 AI 코딩에 회의적이었나요?
- 네. 2025년 4월에는 AI는 조언하는 페어 프로그래머로 좋지만 키보드는 넘기지 않겠다고 썼고, 같은 해 7월 렉스 프리드먼 팟캐스트에서는 AI가 자기 코드를 운전하게 두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짜야 배운다는 게 이유였어요.
- DHH가 입장을 바꾼 계기는 무엇인가요?
- 본인은 2025년 11월 24일에 나온 클로드 오푸스 4.5를 분기점으로 꼽습니다. 결과물이 자기가 짰을 코드와 거의 같았다고 해요. 2026년 1월에는 저항의 절반은 모델이 덜 좋았기 때문이었고 이제 뒤집혔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 DHH는 정말 코드를 하나도 안 읽나요?
- 전부는 아닙니다. 러스트와 C++로 만든 앱은 블랙박스로 두고 한 줄도 안 읽는다고 했지만, 오마키처럼 오래 가져갈 시스템은 코드의 모양(shape)은 본다고 말했습니다. 리뷰는 코덱스 같은 다른 모델에 맡기는 쪽으로 옮겼어요.
- 파이(pi)를 만든 마리오 제크너와 아르민 로나허는 왜 아직 코드를 읽나요?
- 두 사람 다 코드를 얼마나 오래 쓸지에 비례해서 읽습니다. 아르민은 파이와 미니진자 코드는 전부 읽고 버릴 실험 프로젝트는 안 읽는다고 했고, 마리오는 하루에 생성하는 코드 양을 내가 리뷰할 수 있는 양으로 제한하라고 권합니다.